조금 덜 찬 보름달

09 노력과 고통이 주는 선물

by 권미림

"삶은 주기도 하고 빼앗아 가기도 하느니라"_<그래도 계속 가라>, p.87








진한 노란색의 보름달이 떴다. 이번에는 우리 집 부엌 창문에 달이 보인다. 동그란 달이 반가워 창문에 이마를 대고 한참을 바라봤다. 예쁜 보름달을 보며 답답했던 마음이 나아지려던 순간, 지금 내가 보고 있는 달이 보름달은 아니라는 걸 알아채 버렸다. 그러니까, 달의 왼쪽이 살짝 찌그러져있는 모양이었던 것이다. 조금 김이 샜다. 가득히 차오른 통통한 보름달을 보며 기뻐한 거였는데, 꼭 내 기쁨도 찌그러져버린 기분이었다.


하지만 누가 감히 저 달을 보며 찌그러졌다 욕할 수 있을까.


나는 아무도 시키지 않은 반성을 하며 계속 달을 바라보았다. 보이는 것을 사랑하는 데서 돌이켜 보이지 않는 것을 사랑하라¹는 문장이 생각났기 때문이었다. 조금 덜 찬 보름달은 내 눈에만 덜 찬 것이지 사실은 동그랗지 않겠는가. 분명 달은 완벽한 구형일 것이다. 게다가 내일이면, 하룻밤만 더 자고 나면 온전히 둥근 보름달의 모습으로 또다시 우리 집 창문 어딘가에 걸려 있을 게 아닌가.


나는 달의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사랑해줘야지, 라고 생각했다.


달이 온전하게 차오르고 나면 달은 또다시 조금씩 자기를 비워내기 시작할 것이다. 비워내다가 비워내다가, 결국 한 달에 한 번은 캄캄한 하늘 뒤에 꼭꼭 숨어 모습을 완전히 감춰버릴 테지만. 나는 여전히 어딘가에 떠 있을 달을 사랑할 거라고 다짐했다.


삶은 더해지기만 하는 게 아니라 덜해지기도 하는 것이겠지만, 여전히 삶은 삶일 테니까. 나는 내 삶이 텅 빈 것 같을 때에도 삶을 사랑하기로, 아니 그럴 때일수록 더욱 삶을 사랑하기로 결정했다.



삶은 주기도 하고
빼앗아 가기도 하느니라.






한 권의 책, 수만의 용기

<그래도 계속 가라>

_조셉 M. 마샬 지음, 유향란 옮김, 조화로운 삶

@john.and.molly

photo. @josenothose, unsplash


¹ <그리스도를 본받아>, p.14, 토마스 아 켐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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