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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미림 Aug 07. 2020

자정, 자전거와 까만 강

    늦은 밤, 자전거를 타고 아무도 없는 길을 달렸다. 정말 아무도 없었다. 가로등과 가로수, 그 사이를 분주하게 다니는 날벌레들. 몸을 감는 시원한 바람과 얇디얇은 거미줄. 이놈의 거미줄은 어디에서 붙었는지, 내 팔뚝과 무릎을 감는 것도 모자라 콧등에까지 걸려 붙었다. 콧등에 걸린 거미줄이 간지러워 자전거를 세웠다. 양 손으로 얼굴을 비비며 잠깐 쉬었다. 내 옆으로 엊그제보다 더 불은 강물이 많은 소리를 내며 흐르고 있었다. 미간을 찌푸리고 집중해서 강을 내다보니 전에는 마른땅이었던 곳이 강이 되어 있었고, 그곳 나무들의 밑동은 물에 잠겨 있었다.


    '소양강댐 수문을 연다 했었지.'


    늦은 장마는 땅 위에 엄청난 비를 퍼부었다. 강물이 불어나고 마른땅이 물로 덮였다. 고요하던 마을, 거기에 살던 사람들은 범람하는 물을 피해 높은 데로 옮겨갔다. 고요는 사라지고, 잔물결은 동해 어느 해수욕장의 것처럼 거친 파도가 되었다. 갠지스 강, 그 탁한 강물 위를 다닐 때 보았던 소용돌이. 나는 문득 그 소용돌이가 떠올랐다. 아, 소양강댐의 수문이 열리고 의암댐도 넘친 댔다. 그런데, 그런데요.


    그 거센 강물에 배를 띄운 사람들이 있었다. 수초섬을 살리려 강으로 들어간 배들은 뒤집혔고, 사람들이 흩어졌다. 그 거센 까만 물, 수십 킬로미터를 떠내려간 사람들.


    떠내려간 안락함,

    떠내려간 위로,

    떠내려가버린 숨.

    아아, 그걸 무엇으로 잡았어야 는가.


    자정이 넘은 시간, 안전한 땅에 서서 검게 불은 강물을 바라보다 마음이 서늘해진다. 콧등에 붙은 거미줄 땔 생각이 사라지고, 자전거 페달을 밟던 다리는 주저앉아 울고 싶어 진다. 그렇게 짧은 시간을 오래 보내다가 다시 자전거 위에 올라탔다. 방향을 바꾸고, 페달을 밟아 집으로 돌아간다. 새까만 강, 그 강물 소리가 계곡물소리처럼 쏟아진다. 거미줄처럼 나를 놓아주지 않고 따라오는 것만 같다. 그래, 같이 가자. 나는 그 물소리를 삼켰다. 도로 위에 내리 앉은 물안개를 향해 입을 벌렸다 다물며, 소리를 삼켜 먹었다.


    아아, 도대체 무엇으로 야 하는가.


ⓒJonathan Klok,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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