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상 시선

내 가슴 빈터에 네 침묵을 심는다

by 권씀

네 망설임이 먼 강물소리처럼 온다

네 무수한 인내심도


네가 겸손하게 삶의 번잡함 쪽으로 돌아서서

애써 모르는 체하는 그리움도


가을바람 부는 해 질 녘이

네 이마에 가만히 올려놓고 가는

투명한 오렌지빛 그림자도


그 그림자를 슬프게 고개 숙이고

뒤돌아서서 만져보는 네 쓸쓸한 뒷모습도


밤새 네 방 창가와 내 방 창가에

내리고 내리고 다시 내리는 차갑고 투명한 비도


내가 내 가슴 빈터에

너의 침묵을 심는다


모든 길손이 기웃 들여다보고

제 갈 길로 가는 작은 후미진 구석

그곳에서 기다림을 완성하려고

지금 여기에서 네 망설임을 빼닮은 침묵을 거기에 심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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