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상 시선

익어간다

by 권씀

들판에 심은 곡물과 나무에 맺힌 열매가

가을볕을 머금고 익는다


그것들이 한나절 볕에 익을 수 있다면

땅에 기대 사는 이들의 수고가 덜어질까


두어개의 계절을 지나며 곡물과 열매에 맺힌 것은

들판을 가로지르는 바람과 햇살 뿐만 아니라

씨를 뿌리고 거름을 먹이는 농부들의 땀도 있으리라


한차례 비구름이 지나고 나면

벼이삭 끝에 매달린 빗방울은

쨍쨍한 볕 아래 점점 말라가지만

농부의 턱 끝에 매달린 땀방울은 어째 더 굵어진다


계절이 익어간다

주름살을 밭이랑처럼 깊게 패이고

마르지 않는 땀은 주름 사이에 깊게 자리를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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