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상 시선

가을과 꽃 그리고 바람

by 권씀

땅바닥에 뿌리를 내린 당신이 나의 손목을 잡아요


떨어진 꽃잎처럼 귀가하지 못한 채

눈으로만 대화하는 법을 터득한 당신에게서

나는 스쳐지나가는 버릇을 물려받아요

저만치 내 발바닥이 옮겨가는 소리가 들려요

주사위를 굴리고 있거든요


오늘은 어디에 가야 하나요


당신은 가늠할 수 없는 몸에

어린 아이를 들여보내 순수한 영혼을 길러요

동시 속 간단한 구절이 길거리를 장악하면

다시 돌아온 내가 안타까운 눈을 가지죠


넌 지금 어디로 가고 있니

나는 당신의 붉어진 눈을 닦아 눈높이를 맞춰요


어눌한 말솜씨를 몸에서 꺼내

씨처럼 뿌리기 바쁜 당신은 물을 주기 위해

나의 머릿결을 갖고 놀아요


종일 비가 온다는 예보처럼 울음이 쏟아지는 밤

나는 노랗게 부어오른 당신을 안아

어딘가로 반짝이면서 떨어져요

바람에도 눈이 달려있다면

나는 당신을 끌어안아 그림자로 삼을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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