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상 시선

작두를 타자

by 권씀

작두를 타자 작두를 타자

세상사 오만 줄도 타는데

이까짓 칼이라고 못 탈까


아무래도 두꺼운 버선은 걸리적거려

훌훌 벗어던지고선 맨발에 묻은 흙은 툭툭 털어내


양 손엔 광목천을 휘감고 힘 한번 끙 주고선

날을 싹 새로 갈아서 번들번들한 작두칼 위로 냉큼 올라서지


뜀박질을 해볼까 스케이트 타듯 발을 쭉 밀어볼까

날에 베이는 것쯤은 두렵지 않지

잡된 살煞이 들어오는 것보다야 낫지


이미 여러 살煞에 베이고 난 뒤인데

날에 베인들 별다를 게 있을까


양중아 양중아 쇠를 두드려라

양중아 양중아 짐승의 가죽을 두드려라

귀에 쇳가락이 들어와야 나도 작두를 타지


작두를 타자 작두를 타자

시퍼렇게 날을 세운 칼을 타자

시꺼멓게 낯을 세운 것들을 밀어내자


작두를 타자 작두를 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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