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사람

by 권씀

눈사람이 십이월의 햇살을 뜯어 먹는다

나뭇가지 손가락에 돌돌 감아 먹는다

가까워지는 햇빛의 발소리에 젖어 몸이 점점 작아진다

머리에 불을 붙이고 녹아가는 생일 케이크의 양초처럼

눈사람의 머리엔 태양이 내려와 그를 녹인다


이 보름달과 함께 살아가는 그의 운명에 대해

말도 없이 왔다가 말도 없이 사라지는 그의 삶에 대해

나는 봄에 가까워지도록 달력을 넘기며

창밖의 눈사람들이 유서 쓰는 소리를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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