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상 시선

운동장

by 권씀

철봉에 매달려 물구나무를 서는 그림자가 없어

군데군데 파헤친 작은 웅덩이만 있네

웅덩이엔 낮달과 꽁초와 더러움이 잠겨 있어

운동장 한쪽의 풍경이 들어와 살고 있지


웅덩이를 통해 운동장을 생각하네

운동장은 사실 아이들의 마음에만 있다고


축구화를 신고 윽박지르는 비눗방울 같은 아이들

흙냄새 마시고 흙빛으로 자라는 아이들

그러나 운동장은 한참 공사 중이지


인조 잔디를 깔고 있는 운동장엔

연필을 쥐고 수학 공식을 적는 아이가 없어

문득 운동장은 외롭다고 생각해


학원 안 가고 운동장에서 뛰노는 아이는

뒤떨어진다고 따돌림 당하는 세상이라고

운동장은 생각하겠지

그런 운동장이 심심해할까 봐

녹슨 시소가 삐꺽삐꺽 울기 시작해

그네도 질세라 바람 한 점 불지 않는데

쉰 목소리로 시소를 달래고 있어


운동장 가운데 움푹 팬 웅덩이는

그걸 담아내느라고 눈꺼풀을 끔벅거리고 있어

아이들이 떠나간 운동장에서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눈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