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상 시선

카메라에 봄을 담아봐요

by 권씀

웅크리고 있던 민들레 홀씨는 제법 제 몸을 날려보냈고

어지럽게 흩어져있던 꽃잎들은 한데 모여 볕을 쬐고 있어요


방 구석에서 가만히 자고 있던 카메라를 깨워 길을 나서요

볕이 꽤 따뜻하게 내리쬐는 날이 됐거든요


풀이 키재기를 하고 있는 곳에 가만히 발을 내딛으면

곳곳에 숨어있던 꽃들은 고개를 내밀어 날 반겨주죠

봄옷을 입고 한껏 기분을 낸 자기들의 모습을 찍어달라고 말예요


두어개의 계절을 못 본 터라 조금은 어색하지만

카메라 바디를 잡고 조리개를 이리저리 돌리며 초점을 맞춰봐요

그러고선 가장 환한 미소를 짓는 녀석의 모습을 렌즈에 담아내요

세상 가장 환한 미소를 가진 당신의 모습을 담아내는 것 처럼요


카메라 스트랩을 목에 걸고서 한참동안이나 봄 나들이를 해요

오랜 시간 움츠려왔던 기지개를 힘껏 켜는 것처럼 말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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