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기 전 공기는 무겁기 마련이다. 춘곤증의 무거움은 이에 비하기 어려울 정도로 말이다. 노랗고 붉은빛을 가진 행성은 아득히 멀리 있는 듯하다가 점점 지평선 가까이 다가오고, 이럴 땐 어쩔 수 없이 갈증을 느낀다. 해갈이라도 할까. 물기를 잔뜩 머금은 공기를 쥐어짜 보다가 손에 남는 거라곤 허망한 갈증뿐이라는 걸 느낄 즈음 빗방울이 떨어진다. 이럴 땐 뚝뚝이 맞을까. 톡톡이 맞을까. 아니면 후두두둑이 맞을까. 아무래도 상관없다. 해갈을 할 수 있다면.
손에 쥐었던 담배를 구겨버리곤 하릴없이 라이터를 켰다가 끄기를 여러 차례 반복한다. 그러다 멍하니 수염이 제법 자라난 코 밑을 쓱 문질러본다. 잘라내야 할까. 아님 그냥 둬도 될까. 까슬하게 자리 잡은 짧은 턱수염과는 달리 콧수염은 제 오기를 버리고 길게 자라나 콧바람 한 번에 이리, 두 번에 저리 흔들린다. 자라난다는 건 오기를 버리고 살아야 하는 걸까.
비가 오다 말다 멈칫하는 하늘을 괜히 쏘아본다. 일기예보라는 건 맞을 때보다 틀릴 때가 많은 걸 알면서도 그렇게 원망을 해본다. 살면서 멈칫하는 순간이 많은 건 나인데. 해갈이 필요하다. 사람에 대한 갈증이 유독 심해지는 그런 날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