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엔 더워야 제격이라지만
물기가 가득한 날에 볕까지 내리쬐면
부질없이 기진맥진해져서는 축 쳐지고야 말지
갑갑하리만큼 겹겹이 감싸고 있던
신발 양말을 벗어던지고 강물에 발을 담그기엔
이보다 더 제격인 날씨가 있을지 모르겠어
발끝부터 짜르르르 올라오는 한기에
잠시나마 여름을 잊을 수 있는 건 참 다행인걸까
매년 여름이 오기 전 항상 같은 걱정을 안고 살아
장마 시작 전 더위와 장맛비 내린 후 더위 말이야
그 걱정은 장맛비를 닮아 무척이나 꿉꿉하고 눅눅해
버리자 버리자 하면서도 그 버릇을 버리기가 힘들어
그래서 매년 여름이 오기 전에 지쳐버리는 걸까
오늘은 걱정을 강물에 흘려보내볼까 그런 생각을 해
훌렁 벗어던진 저 신발과 양말처럼 그렇게
강물에 씻겨내려가는 작은 먼지들처럼 그렇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