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언젠가 살았던 낡은 아파트엔 나이 든 이들과 이름 모를 고양이들이 있다. 벽돌 채운 유모차를 지팡이 삼아,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아이처럼 걷던 그들에게 역세권이라는 건, 집값이 오를지도 모른다는 건, 재개발이 되면 나가야 한다는 건, 마치 인류가 화성에 이주하는 걸 말하는 것처럼 그리 와닿지는 않을 이야기였다.
투쟁. 결사 투쟁. 00구청 건설과는 각성하라. 광목천에 거칠게 써내려간 붉은 글씨는 아무래도 그들과는 영 맞지가 않았다. 오랜 피아노 건반처럼 찌익 끼익 따위의 소리로 뒤덮인 낡은 아파트엔 관절이 어그러져가는 이들이 지난 날을 추억하며 머무르는 시간만 있을 뿐.
이름 모를 고양이들은 볕 아래 하루 종일 졸다가 고로롱거리며 소일거리를 했고, 드르륵 드르륵 유모차 바퀴가 굴러가는 소리는 한적한 아파트를 채웠으며, 이따금 이는 바람에 펄럭이는 건 부질없이 쓰여진 붉은 글씨였다.
발 빠른 이들은 말도 빨랐고 계산은 그보다 더 빨랐다. 돈을 싸들고 와선 제발 집 좀 팔아주시오. 애걸복걸하던 이들은 언제 불었는지도 모를 그저 한 때의 바람이었다.
그 언젠가 살았던 낡은 아파트엔 나이든 이들과 이름 모를 고양이들이 있다. 여전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