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상 시선

여름밤의 바람

by 권씀

밖을 쏘다니던 바람이 창을 흔든다.


잠시 쉬어가려는 걸까. 살포시 연 창문 사이로 슬며시 들어온 바람은 집안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다소 뜨거운 흔적을 남긴다. 그래, 바람은 자그마한 냉기가 필요한 거였어. 겨울이 되어야 제 몸 가득히 지녔던 뜨거움을 비워낼 수 있는 바람에게 여름은 너무나도 혹독한 계절일지도 모르지. 옆구리에 보듬고 온 열기를 집 안의 냉기와 맞바꾸는 것 쯤이야 별일이 아니다. 가지는 것보다 내어주는 것이 때론 마음이 편한 일이니까. 소중하다고 생각해서 오랜 시간 품고 있다가는 그것이 슬며시 사라졌을 때 찾아오는 아쉬움은 더 큰 법이거든.


그래. 내어주자. 갓 채워진 냉기를 내어주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저 마음의 문제일 뿐. 이 공간도 이 시간도 어찌 보면 오롯이 나의 것은 아니니까. 내어주는 마음이 되려 잊고 있었던 것들로 채워지는 건 어쩌면 일종의 순리일지도 모르겠다.


별빛보다 네온사인 불빛이 가까운 이 곳엔 순리라는 게 잊혀진지 오래라 그저 다들 부둥켜 안고만 있다. 네가 아닌 내가 존재하는 곳. 그래서 톡톡 손끝으로 계산을 하는 게 순리이자 섭리가 되어버린 곳. 고층 빌딩은 어쩌면 조금은 벗어나고픈 마음으로 하나둘 높이 쌓아둔 건 아닐까.


맨발로 풀숲을 헤집어본 게 언제였었나. 그 풀숲엔 제법 바람이 많이 머물렀었는데. 잠시 머무르던 바람이 곧 떠날 채비를 한다. 냉기가 어느 정도 채워진 걸까. 다른 열기를 식히기 위해 떠나는 걸까. 여름밤이 저물어 가는 즈음 머리맡의 별 하나가 반짝이며 멀어진다. 반짝 반짝 희미하게 그렇게 멀리 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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