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손에 엇갈려 서롤 향해 총구를 겨누는 나라에서
땅 아래 집을 짓고 칸을 나누어 방을 만든 건
일종의 방공호 역할을 하기 위함이라는데
쪽방촌에서 밀리고 밀린 이들은
생의 아슬한 끝자락에서 까치발을 하고선
반지하라 불리는 곳으로 향했지
그들에게 반지하는 결코 방공호가 될 수 없지
마른 날에는 취객들의 낯선 시선을 피해야 하고
진 날에는 까맣게 올라오는 습기를 견뎌야 하기에
그들에게 더없이 소중한 공간이면서도 낯설지
그렇게 땅과 그 아래 사이 거처를 잡은 이들은
장마철이 되면 혹여 저 빗물이 고개를 깔딱거리며
창틀 넘어 비집고 들어올까 싶어 마음을 졸이네
저마다의 사연이 있는 그곳엔
빗물이 아닌 온기가 넘실댔으면 하는데
비가 매정하게도 불균형하게 내리는 날이 지나면
비가 훑고 지나간 자리를 낯선 시선들이 가득 채우지
비가 매정하게도 불균형하게 내리는 날이 이어지면
땅과 그 아래 사이 거처를 잡은 무수한 이들은
언제나 그랬듯 마음을 졸이고야 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