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백의 숫자에도 미치지 못하는
서른 여섯의 더딘 걸음을 걸었네
높디 높은 산의 정수리에는
굵은 쇠막대가 마치 그 산의 꼭대기라도 되는 양
얄미우리만큼 의기양양하게 어깨를 폈고
굽이굽이치던 강물과 흙길의 허리춤은
기계 덩어리가 지나가는 길목이 되어
숨통이 점점 조여들어가버렸어
어둠은 참 쉽게도 다가와 오랜 시간 머물러
더디게 걸음을 떼던 그 길은 무척이나 어두웠고
간신히 손에 든 불빛은 바람에 흔들리기를 여러번이었지
발끝조차 보이지 않은 그 길을
누군가는 막막한 마음에 그만 목을 놓아 울었고
누군가는 언젠간 밝아지리란 마음으로 굳세게 걸었고
또 누군가는 그 길에 숨어 더 어두운 마음을 드러냈지
밝음이란 게 가늠이 되지 않는 그 길을
그렇게 걷고 걷고 또 걸어 빛을 찾으려 했어
반백의 숫자에도 미치지 못하는
고작 서른 여섯 걸음이라 말을 하겠지만
그 걸음은 무척이나 힘겨웠고 차가웠으며 무거웠지
결국 그 걸음 끝에 빛을 마주했던 이들에겐
그 빛이 '마침내' 라는 말과 맞닿았을지도 모르겠어
빛을 다시 찾은 마침내 그 날을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