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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이 계절의 사람인가요

by 권씀

곁에 다가오거나 손 안으로 들어오면 놓고 싶지 않은 것들이 생긴다. 사람일수도 물질적인 것들이 될 수도 있지만 가끔은 무형의 것들이 그럴 때가 있다. 이를테면 행복, 평온, 사랑, 계절 같은 것들. 지난 날들을 떠올릴수록 미련은 커지고 아쉬움은 진해지기에, 아직 다가오지 않은 시간보다 지금 머무르는 시간동안 접하는 것들에 좀더 마음을 두려고 하는 게 때론 어색하면서도 꽤나 적응이 된 것 같다. 헛된 시간은 무어라도 해야할 것 같아 한없이 손을 꼼지락거리고만 있었던 게 어느샌가 버릇 아닌 버릇이 된 사람들이 있다. 손을 꼼지락거리거나 머리를 만지거나 얼굴을 긁는다거나 하는 등의 행동으로 나타나는 버릇이라는 건, 삶을 힘차게 이어나갈 자극점이 아닌 혼자 파놓은 동굴로 들어가기에 제격인 하나의 기폭제라 언제 다시 도사릴지 모를 것이기에 하염없이 순간의 고요에 머무려는 욕심이 생기는 것이리라.


'당신은 이 계절의 사람인가요?'


누군가 이런 질문을 던진다면 이런 대답을 할지도 모르겠다. 이 계절의 사람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의 하늘을 바라보는 한 사람이라고 말이다. 엽록소가 빠져나가는 풍경, 구름이 바람의 손길에 제 몸을 기꺼이 내어주는 풍경, 아무 것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괜찮은 그런 계절에 시간을 맡긴 이들이 머무르는 풍경, 그리고 그저 하염없이 모든 것들에 대해 적응을 하고 있는 이들 또한 잠시 머무르는 그런 풍경.


나는 이 계절의 사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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