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상 시선

숲길을 걸어요

by 권씀

비가 내린 뒤 숲길을 걸어요


사실 질척이는 땅이 썩 내키지는 않죠

걸을 거라면 되려 비가 오기 전이 낫다고나 해야 할까


찰박이는 땅이 어느샌가 발에 엉겨붙고 바짓단에 달라붙으면

그걸 씻어내기가 여간 귀찮은 게 아니잖아요


그래도 오늘은 좀 걷는 게 어떨까 싶어요

사르륵 젖은 땅이 메말랐던 숨에 휴식을 주는 느낌이 좋으니까요


바닥이 두꺼운 신발을 꺼내 들고서

느슨해진 신발끈을 조여매고 길을 나서봐요


막상 숲길에 다다라 신발도 거추장스러워 벗고 걸을지 몰라도

만일 모를 일에 대비해 일단은 챙겨가는 게 아무래도 낫죠


톡톡 떨어지는 빗방울이 머리를 조금씩 적시고

어깨 위 가만히 내려앉아 쉬면 살짝 한기가 들기도 하지만

기왕 내딛은 걸음 멈추지 않고 숲의 숨결을 들으며 숲길로 향해봐요


삶의 쳇바퀴 속 쉼없이 움직이던 기억을 잠시 내려놓고

잊고 있었던 일상을 가만히 꺼내볼 수 있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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