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사박사박 밟히는 계절은 멀었지만
은행 열매가 떨어지고 잎이 물들어가는 즈음이면
나도 모르게 하얗게 눈 내리는 겨울을 기다립니다
새벽녘과 저녁 무렵 예고없이 찾아드는 한기 탓에
두 볼에 발그레 전구가 켜지면 숯의 온기가 그리워져요
딸깍 손짓 한 번에 쉽게 온기를 찾을 수 있는 때지만
어느 시절 옹기종기 모여앉아 웅크리고 손을 쬐던
아궁이 속 숯의 열기만큼은 아니죠
빨갛게 달아오른 숯 앞에 앉아 뭉근히 끓인 차를 마시면
계절의 무게를 안고 있던 노곤함이 밀려왔었죠
나른함과 포근함 사이 몸을 한없이 기대던
그 어느 시절을 이따금 떠올리곤 해요
가끔은 불 앞 멍하니 시간을 보내고 싶어요
타닥거리며 제 몸을 태우는 숯처럼 말예요
그러다 문득 순리라는 것과 행복을 떠올려봐요
고동빛 나무에서 까만 숯으로 까만 숯에서 하얀 재로
제 몸을 그저 내어주는 것들의 순리를 생각하고
그리 거창하지 않아도 숯의 온기를 나누며
소소한 행복을 찾으며 살고프단 작은 바람도 가지곤 하죠
계절의 성실함을 꾸역꾸역 따라가는 것보다
한적한 시골길을 닮은 그런 여유도 괜찮을테죠
이번 겨울엔 눈이 함뿍 내렸으면 해요
쏟아지는 눈을 바라보기도 맞기도 하면서
숯에 불을 피우며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말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