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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씀 Mar 14. 2023

오늘이 저물면

지상의 모든 삶 위에 밤이슬이 맺히고

어두워진 골목에서 간신히 살아남은 불빛들이

눈시울 밖으로 아련히도 지워지는 그런 밤


세상의 짐을 나 혼자 짊어지고

아득한 슬픔의 바다에 몸을 던져 허우적거리며

무언가 잡고 싶은데도 손끝에 걸리는 건

내 자신에 대한 실망감과 잘 살지 못한다는 슬픈 죄책감


경우의 수를 따져가며 하루의 언덕을 넘으려다

가장 높은 곳에 다다르지도 못하고

잠시 허물어져 가쁜 감정을 토해내듯 뱉어내네


검은 달이 산 허리춤을 붙잡고 늘어지고

푸른 해는 하루의 끝을 기다리는 이들의

고된 머리맡에 머물러 어깨를 흔들어대지


아무 것도 아닐 순 없는 감정의 격한 파도 아래

오늘은 지친 몸을 뉘여 잠들 수 있을까


내일의 고민을 접어두기엔 내일이 가까워져 버렸네

아무 것도 아닌 것은 없는데 오늘은 이렇게 하루 끝 커튼을 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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