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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씀 Jun 21. 2023

여름비가 쉼 없이 내리는 날

거친 숨소리가 자연스레 따라붙었던 날이 이어지고

잠깐의 휴식이라도 취하라는 의도인 건지

잔뜩 가물었던 하늘 사이 비구름이 몰려든다


장마가 시작하기 전 온 세상이 물을 머금으면

몸과 마음은 한없이 고꾸라지기만 하는데

소박하게 내리는 여름비는 이렇게나 다행일 수가 없지


이런 날엔 따뜻한 커피가 제격이라는 생각에

우산을 펴들고 서둘러 근처 카페로 발걸음을 옮겨본다


가는 길 중간 중간 야트막히 파인 웅덩이를 건너다보면

으레 양말과 바짓단이 젖기 마련이지만 이정도 젖는 것쯤이야 괜찮다며

여러날동안 뙤약볕에 시달리던 마음을 조금이나마 누그러뜨린다


카페에 도착해 주문한 따뜻한 커피를 받아들고 한참이나 비구경을 한다


매가리 없이 떨어지는 빗방울도

비탈면에 머무르다 도르륵 굴러떨어지는 빗방울도

지붕 끄트머리를 한참이나 부여잡고 있다가 떨어지는 빗방울도

저마다 찬란했던 삶이 있지 않았을까 하며

반짝이는 별 하나 하나에 의미를 부여했던 옛 시인처럼

떨어지는 빗방울 하나 하나에 의미를 부여해본다


여름비가 쉼 없이 내리는 날

이렇게 또 하나의 상념을 빗방울에 담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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