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이 있는 집에서 살게 되면
나는 능소화 나무를 심겠어요
봄 지나 여름이 오고 가을이 오기까지
주황빛 물결을 만끽할 수 있을테니까요
기왕이면 파란 대문이 있는 집이면 좋겠어요
다소 공기가 무겁고 텁텁할 수도 있는 계절에
파란 하늘이 보이지 않고 푸른 바다가 그리울 때
파란 대문을 바라보며 마음 하나 놓아두게요
애쓰지 않아도 자연스레 계절의 풍경을
맞이할 수 있는 그런 집이어도 괜찮을 거에요
또렷했던 계절의 문턱이 흐릿하게 뭉개졌지만
여전히 계절의 냄새와 소리는 또렷해서
오랜 기억 속 풍경을 어렴풋이 그릴 수 있기에
자연 속 하나의 삶으로 살 수 있을 거란 기대를 해요
마당이 있는 집에서 살게 되면
매일 여행을 하듯 매일 풍경을 그려나갈 거에요
지금 우리 곁에 흐르는 이 계절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