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듭달.

by 권씀

매듭달이다.


한 해의 마무리를 짓는 달이자 연말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그런 달. 다들 이맘때면 본인의 지난 1년을 돌아보기도 하고, 앞으로 나아갈 미래를 그리기도 한다. 내 과거는 차근차근 그릴 수 있겠는데 미래는 어떠려나.


어제는 진료를 받았고 그리 좋은 이야기를 듣지 못해서 일주일 뒤 조직검사 예약을 잡아두었다. '늦지 않은 거죠?'라는 말을 꺼내는 게 생각보다 어렵다는 걸 깨닫기도 했다. 사실 소견이라는 게 어느 정도 맞아 들어가는 부분도 없잖아 있기에 좀처럼 불안함이 사그라지지 않는다. 그래서였을까. 어제는 하루종일 멍하다가 툭 건드림 하나 없이 눈물이 왈칵 쏟아졌었다. 나 자신을 달랠 수 있는 건 나 자신이기에 한참을 추스르고 무너지고 불현듯 어떻게 해야 하나 싶은 그런 생각을 하기도 하고. 그럼에도 괜찮을 거란 무책임한 기대를 해보기도 했다. 다행스러운 결과가 나온다면, 그렇게 된다면 계기로 삼아 내 몸을 챙겨야지. 다행스럽게도 오늘은 출근을 해서 사람들이랑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를 나누고 일을 하다보니 나쁜 생각은 멀어진다. 혼자 남을 밤이 무섭긴 하지만, 그럼에도 어제보다는 마음이 한결 낫다.




회사는 여전히 찬바람이 분다. 외근을 하다가 지금은 연말이라 결과보고서 작성을 하고 있는데 일부 직원들은 계약 종료가 잡혀있고 다른 이들은 살아남을 예정이다. 회사에서 살아남는 건 어떤 의미려나. 밥벌이를 이어나갈 수 있다는 것. 물가는 한없이 오르는데 밥벌이를 할 수 있음은 다행이면서 나갈 이들의 밥벌이가 걱정스럽기도. 그들을 보고 난 다행이라 여기기엔 훗날 나의 모습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그런 생각에 착잡한 마음이 계속이다. 누군간 승진 면접을 보고 또 누군간 재계약 면접을 보고. 살아남을 이들 사이에서도 갈린다. 면접을 준비하는 마음, 챙겨야 할 각종 서류와 직무 관련 계획 등등.




내가 아는 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많다. 살아가면서 미안한 마음은 늘 도사리고 있는 걸까. 고맙다는 말을 먼저 하는 연습을 했던 적이 있다. 사는 게 미안한 것보다는 그래도 고마운 것이 더 많지 않겠냐며. 그런데 미안한 마음이 먼저 드는 건 잘 대하지 못한 나의 모습이 계속 떠올라서일지도 모르겠다. 고마운 마음이 너울 같음에도 말이다. 괜찮다는 결과가 나온다면 고맙다는 말부터 해야지. 고맙다는 말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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