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를 끼고 살았던 적이 있었다
가수들 앨범이 테이프로 먼저 나오던 때였고
좋아하는 곡들만 모아 들으려면 수고로움이 필요했다
빵빠레 하나에 500원 하던 시절
테이프 하나에 5,000원은 큰 돈이었고
집에 굴러다니는 아무 테이프를 집어들고
A, B면을 꽉 채운 믹스테이프를 만들었었다
방법은 참 단순했다
라디오 DJ가 다음 곡을 소개해주면
부리나케 공테이프를 넣고
플레이버튼과 빨간 녹음 버튼을 눌러
숨을 죽이며 흘러나오는 노래를 녹음하면 끝
그렇게 공들여 만든 믹스테이프는
소풍이나 수학 여행을 갈 때 요긴했고
지지리 궁상 같기도 하지만
좋아하는 사람에게 믹스테이프를 선물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좋아하는 가수의 앨범을 사고
노래를 골라 들을 수 있는 게 이전보다 쉬워지면서
그렇게 챙기던 라디오와 거리는 점점 멀어졌다
간단한 대화 마저도 글로 하는 요즘
사람 목소리가 그리울 때는 카세트 라디오를 떠올린다
믹스테이프를 만들 때 지직 소음을 내던 그 라디오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