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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씀 Jan 06. 2024

달빛 사냥꾼 #13

13화 : 찬란한 밤

"오늘 새벽 6시 지리산의 오두막 화재는 신원을 밝히지 않은 제보자의 전화로 알려졌습니다. 현장에 출동한 소방당국의 빠른 진화에 화재는 더이상 번지지 않았고 오두막은 전소되었습니다."     


"이정우 기자, 인명피해는 있나요?"     


"네. 오두막 근처에 타살로 추정되는 시신 한 구와 오두막 내부에 포박된 시신 한 구가 발견되었습니다. 소방당국은 시신들을 국과수로 양도했으며, 현재 신원 파악 중입니다."     


"네, 새로운 소식 들어오는 대로 알려드리겠습니다. 다음 소식입니다. F그룹의 정춘기 회장의 소재가 파악되지 않고 있습니다."     


삐—빅!!     


"휴, 정회장 그 사람 어디로 사라진거야. 골 아프구만...이봐 국정원장."     


"네. 각하!!"     


"이번에 전임 국정원장이 그렇게 죽고 나서 당신을 너무 빨리 그 자리에 앉혔다고 말들이 많아. 내 말 무슨 말인지 알지? 어서 정회장을 찾아."     


"네. 각하! 인력들을 풀어놨습니다!"


"그래, 그래...정회장한테 내가 잡힌게 많아..그리고..같이 사라진 사냥꾼 그 자를 찾아야해.."     


  일주일 뒤. 국과수의 발표는 전국을 뒤흔들었다.     


[속보! 오두막 시신, 정춘기 회장으로 밝혀져]     


  대통령은 슬며시 웃음을 지었다. 죽은 정회장 다음으로 F그룹의 최대 주주가 대통령의 측근이기 때문이었다. 대통령은 서둘러 신임 경찰청장을 불러서 지시를 내렸다. 대형 기업인을 죽인 범인이 바로 사냥꾼 오씨라고. 경찰청장의 대국민 사건 브리핑이 끝난 후 전국에는 오씨의 인상착의가 그려진 수배전단이 붙었다. 그들에겐 너무도 쉬웠다.      


[기업인의 돈을 갖고 싶어 살인을 저지른 사냥꾼, 거기에 정회장 납치에 가담한 젊은 경호원. 알고보니 정회장의 의붓아들.]     


  전국에 퍼진 건 수배전단 뿐만이 아니라 부풀려진 씹을거리였다. 막장에 가까운 이야기를 호사가들은 즐기고 씹고 떠들어댔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진실이 아니라 흥밋거리였다. 대통령은 국가비상사태에 가까운 국정원장·경찰청장 피살 사건을 잘 넘긴 모습을 보여 지지율을 높였다. 자의로 사건을 만든 것은 아니지만 어쨌거나 발목을 잡던 정회장이 죽은 건 그에겐 호재였다. 덤으로 공범이었던 국정원장과 경찰청장의 죽음은 그가 좀 더 단단한 기반을 만들게끔 했다. 달빛 조각 전시는 유야무야되었고 고스란히 대통령의 개인 금고로 들어갔다. F그룹은 대통령의 측근이 손에 넣었고, 바지 회장이나 다름없었기에 대통령은 시간이 나는 대로 그곳에서 환락을 즐겼다. 이 이야기가 누군가에게로 샌 것은 뜻밖의 일이었다.




서울의 번화가. 남루한 차림새의 남자가 엎드린 채로 구걸을 하고 있었다. 날은 풀렸건만 사람들의 마음은 타인에게는 냉혹했다. 한나절을 엎드리고 있던 사내는 자리를 털고 일어나 절뚝이는 걸음으로 한참을 걷다 폐가에 들어갔다. 그마저도 눈치가 보이는지 이리 저리 두리번거리던 그는 겨우 몸을 뉘였다. 오씨였다.     

"휴, 힘들군. 그나마 이게 어디냐."     


  슬며시 웃음을 짓는 그는 머리맡에 숨겨둔 달빛 조각을 꺼냈다. 수개월 전 헬기 그물망에서 떨어진 달빛 조각 중 일부를 챙겨나온 그였다.


저벅. 저벅.     


"자네 발소리 너무 커. 훈련받은 거 다 잊었구만."     


"괜찮습니다. 대장님, 여기는 그 아무도 모를 테니까요. 식사는 챙겨 드셨습니까."     


  오씨가 훈련시켰던 요원 이정민이었다. 그는 대통령이 F그룹에 취직을 시켜주겠노라 약속을 했던 이였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깨어져 버린 헛된 꿈이었다. 이에 반감을 가지고 함께 훈련을 했던 다른 요원들 19명에게 연락을 취해 오씨를 몰래 도와주고 있었다.     


"요샌 자네 덕에 음식을 참 쉽게 먹는구만..나 때문에 자네들이 고생이군."     


"하이고, 그런 말씀 마십쇼. 대장님 아니었으면 저희들은 인간미 없는 그 지옥 같은 곳에서 괴물이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천천히 드십쇼."     


"흠, 그래..내가 사람 복이 많네 그려. 달빛 조각을 팔 만한 곳은 알아봤나?"     


"장물아비들과 만나봤는데 좀 더 있어야할 것 같답니다. 가공을 해서 주고 받는 것 이외엔 지금은 좀 힘들 것 같아요."     


"그렇구만..값어치는 꽤 높아서 여유 있게 장비를 살 수 있을 텐데 이놈을 팔 수가 없으니 원. 괜찮으면 중국 아니, 유럽 쪽도 알아보게."     


"네. 대장님. 쉬세요. 저는 이만."     


"조심하게나."     


  정회장에 대한 소문은 흐려지고 달빛 사냥에 대한 기억은 차츰 지워져서 벽에 붙은 오씨의 수배전단이 떨어질 때 즈음 이정민은 중국의 장물아비를 만났다. 신흥 강호로 떠오르는 중국의 한 부자가 장물아비를 통해 물건을 사겠다고 나섰고 수수료를 떼고서도 높은 가격에 거래를 마쳤다. 정민은 내친 김에 장물아비를 통해 러시아제 총기를 반입하는데 성공했다.     


"대장님, 구해왔습니다. 많이 기다리셨습니다."     


"고생 많았네. 아직 수배전단이 많이 붙어 있지?"     


"애들이 딱지치기 하고 있던 걸요 뭐. 그리고 지금 대장님은 모습으론 누구도 모를겁니다. 안심하세요. 하하핫!!"     


"예끼, 이 사람..농담이 늘었구만. 으흐흐.."     


  살이 붙고 머리가 한껏 자란 오씨의 모습은 좋게 말하면 히피족, 보이는 대로 말하자면 원시인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의 눈빛은 더욱 날카로워져 있었다. 파랗게 빛나는 그의 눈빛에 정민은 빙그레 웃으며 그를 챙기고 있었다.     


"자, 그럼 달 사냥을 가볼까..??"


"네, 대장님. 가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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