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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씀 Jan 07. 2024

달빛 사냥꾼 #14

14화 : 다시 달은 빛나고  

"그동안 날 도와주느라 애썼다. 고마워들.. 그래도 너희 덕에 내가 잘 피해있었어."     


  오씨는 정민을 시작으로 자신을 도와준 이들의 손을 꼭 붙잡으며 눈을 맞췄다. 벌개진 눈시울엔 금방이라도 눈물이 터질 듯 했다.     


"대장님, 마음이 의외로 여리시네요? 하핫!!!"     


"그러게 말야. 울보였어..울보.."     


"어휴, 덩칫값 못하시네!!"     


"대장님!!울지마요!!!! 우리가 더 고마워요!!"     


  저마다 농담을 하며 오씨의 등을 두드렸다.     


"크흠....이 사람들이..내가 언제 울었다고....이번 일은 순전히 내가 해야 할 일이니까 자네들은 이만하면 됐어. 자네들도 삶을 찾아야 하지 않겠어?"


"아이고..저희도 대통령이라면 이가 갈려요. 어디 저희가 힘들게 따낸 걸 홀랑 먹고...그것도 모자라 빼돌리다니요..저희도 동참하겠습니다. 대장님을 찾고부터 마음먹은 일입니다."     


"그럼요, 국정원장도..경찰청장도 저희 손으로 아작냈어야 하는데.."     


"그 뿐이냐? 그룹 채용도 새빨간 거짓이었어. 그런데도 저렇게 뻔뻔하게 나오는 걸 난 더는 못 봐."     


"흐음...그래. 그렇단 말이지. 그래도 호텔에 아직 진우를 도와준 그 요리사가 있었기에 여러모로 도움이 됐구만. 허허허."     


  수개월 전 진우가 오씨에게 마약 조심하라는 쪽지를 건넬 때 도와준 요리사였다. 그도 평소에 정회장에게 당한 것이 많은 인물인지라 진우가 오씨에게 쪽지를 전달할 때에 긴밀히 도와줬고, 이번 일에도 나름의 방법으로 오씨와 요원들을 도와주고 있었다. 지하에서 벌어지는 일들과 대통령의 추잡한 뒷거래들을. 오늘밤 호텔로 들어올 대통령의 동선도 그가 전달한 정보에 따라 파악한 것이었다.     


"휴..그렇단 말이지. 그래....그럼 작전은 그때와 똑같아. 쉽게 걸리는 무전기는 쓰지 못하니까 각자 나눈 대포폰으로 타이밍을 맞춰야 된다. 그리고...작전 수행 끝난 뒤에 잘 피해서..살아서 만나자..!!"


"네..!!대장님!!!"     


  그들은 미리 매수한 19개 빌딩의 관리인들을 통해 지정된 위치로 움직였다. 오씨와 정민은 함께 F호텔의 맞은편 빌딩으로 몸을 숨겼다. 이제 달이 떠오를 시간이었다.     




[10분 뒤 대통령 도착]   


  오씨에게 온 문자였다.     


"흐음. 10분 뒤라는군.."     


"네. 대장님. 애들에게 전달하겠습니다."     


  오씨는 긴장된 탓인지 담배를 꺼내 물었다. 정민은 불을 붙여주며 오씨에게 조심스레 말을 건넸다.     


"대장님,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오늘밤이 지나면 세상은 바뀌겠죠? 조금이라도.."     


"그래..그래야지...자네들이 행복한 나라가 됐으면 하네. 진심으로..난 내 개인적인 한은 풀었어. 이번 일은 그저 부정한 것을 바로 잡으려고 하는 일이니..잘 되겠지."     


"........네"


  검은 세단 하나가 미끄러지듯이 호텔로 들어왔다. 대통령이었다. 국내외 귀빈들을 모신 공식 만찬이 호텔의 꼭대기 층에서 두 시간 가량 진행되고 이후 일정은 귀빈들과 대통령은 지하로 이동할 예정이었다. 오씨와 요원들의 작전은 공식 만찬 중간 시간에 대통령을 제거하는 것이었다. 잠시 후 고급스런 만찬이 열리고 대통령 내외와 초청받은 이들은 시간을 즐기고 있었다. 그들은 만찬 뒤에 가질 비공식 행사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만찬장의 분위기는 한껏 달아올랐다. 식전 행사 공연이 끝나고 현악기의 연주에 맞춰 한데 어우러진 각국 귀빈들이 돌아온 자리에는 달빛 조각이 박힌 공예품이 손에 들려져 있었다.     


"이 공예품은 여러분들을 위해 맞춰졌습니다. 하하하. 앞으로도 좋은 관계를 유지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런 의미로 건배 한 번 더 할까요?"     


  술잔들이 요란스레 부딪히는 순간 호텔을 향해 달빛이 요란스레 반짝였다. 요원들의 반사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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