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화 : 그리고 정의
"뭐..뭔가...!!!??"
"네. 각하.저희도 지금 알아보고 있는 중입니다. 바로 보고 드리겠습니....크헉!"
쩌억! 쨍..!!!쿵!!!
방탄유리로 된 벽면이 그대로 만찬장을 덮쳤다. 갑작스런 상황에 혼비백산한 이들은 오도 가도 못하고 자리에 그대로 서있었다. 다시 만찬장을 비추는 여러 개의 달빛은 대통령에게로 향했다.
"가..각하를 지켜라!!!!"
"각하..!!!!피하셔야 합니다.!!!"
쉬리릭!!!!!쉭!!쉭!!쉬식!!!!!!
호텔의 출입문과 벽면에 꽂힌 줄을 타고 검은 옷의 사내들이 날아들었다. 대통령의 퇴로는 차단되었고 정부의 고위직 인사들은 숨기에 바빴다.
탕..!!!!!타당!!!!
비명조차 내지 못하고 쓰러진 것은 경찰청장이었다. 국정원장은 도망을 치던 와중 누군가에게 붙들려 꼼짝없이 총알받이가 되었다. 힘없이 쓰러지는 그의 뒤로 나타난 이는 대통령이었다.
"왜...왜이러는 거지. 너희들은 누구냐...!!!"
저벅—저벅—
19명의 요원들이 다른 정부 인사들을 감시하는 사이 대통령의 눈앞에 홀연히 나타난 것은 검은 옷으로 무장한 정민과 오씨였다.
"그간 잘 지내셨습니까. 각하..얼굴이 좋으시네요. 참 뵙고 싶었습니다."
"다..당신은...그 사냥꾼...."
"다행이네요. 기억하셔서. 이 친구는 기억하시려나요. 각하의 달빛 사냥 사업에 선출된 친구인데."
"음....기..기억나오...자..잘 지냈는가..."
"약속도 잊으시는데 저를 기억하시는게..의문스럽네요. 당신이 저지른 그 부패와...혈세 낭비....그 모든 것들이 외신을 통해 밝혀질 겁니다."
"대체 왜...왜 이러는가. 원하는 것들을 해주겠네."
"흠..이미 일은 벌어졌습니다. 저희는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했구요. 각하..지금이라도 본인이 저지를 일들을 밝히고 달빛 조각뿐만 아니라 재산도 국고 환수를 하겠다는 말을 해주신다면 저희는 사라지겠습니다.
"그..그럴 수는 없어...!!내가 어떻게 모은 재산인데!!자네들이 감히....."
"당신은 대통령의 자격이 없어!!!!당신이 왜!!!!!"
오씨는 울먹이는 정민을 말없이 다독였다.
"각하, 저희에게 좀 도움이 되셔야겠습니다."
"그..무슨...읍..!!!!! "
마취총을 맞은 대통령을 정민이 들쳐업었다.
"자 이제 빠져나가야 한다. 다들 준비하시게"
"네, 대장님"
부타타타타타타타!!!
[경고한다. 각하를 내려놓아라. 다시 한 번 경고한다. 각하를 내려놓아라.]
"헬기가 떴군...대통령이 있으니 저들도 함부로 하지 못할 거야. 어서 내려감세..!!"
오씨의 말대로였다. 국가 최고 지위에 있는 이와 함께 있으니 출동한 군인과 경찰들은 어쩔 줄 몰라했다. 정민이 미리 준비한 차량을 나눠 타고 그들은 그렇게 호텔을 빠져나왔다.
"여기가 어디오."
"깨어나셨군요..각하. 오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침대에 누워있던 대통령이 일어나자 오씨와 20명의 장정들이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휴..어쩔 셈인가."
"지금 밖에는 모든 언론들과 육군, 경찰들이 포위하고 있습니다. 대통령께서 국민 몰래 했던 일들을 말씀하시고 죗값을 받으시면 됩니다.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음..담배 있는가."
담배를 건네받고서 입에 문 대통령은 한참동안이나 말이 없었다. 담배 몇 대를 더 태우고 나서 대통령은 결심이 선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 나가지...!!"
"국민 여러분, 저는 대통령 재임 기간동안 이 나라를 대표할 수 있어서 참 행복했습니다. 하지만 그 행복을 유지하려 국가 기관에 저와 가까운 이들을 배치했고, 개인적인 이득을 취해왔습니다. 크흑..큼...죄송하고 또 죄송합니다. 하지만...!!!한 번 더 기회를 주신다면 이 한 몸 바쳐..!!!"
그 때 대통령의 뒤로 영상들이 떠올랐다. 호텔의 주방장이 방송사에 제보한 영상은 대통령이 향음을 즐기는 모습이 담긴 영상자료와 귀빈들에게 건네지는 달빛 조각 공예품이었다. 대통령을 제외하고 현장 취재에 나선 이들은 대통령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질문공세를 하였다.
"국가 재산으로 된 달빛 조각이 어째서 다른 나라 사람에게 건네지는 거죠?"
"접대부들과 함께 술을 마시는 사람, 대통령 본인 아닙니까?"
"또 다른 비리는 무엇입니까? 말씀 좀 해 보세요!!"
"죽은 정춘기 회장과는 무슨 관계입니까?"
카메라 플래시 세례가 요란스레 쏟아지자 결국 대통령은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10년 후 경기도 모 교도소 앞, 취재진들이 몰려있었다.
"오늘 가석방 맞나?"
"몇 시에 나온다고 했지?"
"감독님, 카메라 스탠바이 된 거 맞죠?"
"휴, 취재가 어렵겠는데?“
절뚝거리는 사내가 나오자 방송사와 각종 언론의 카메라 셔터소리가 요란스레 공간을 채웠다.
"지금 심정이 어떠십니까?"
"작전 계획은 선생님이 주도하신 겁니까?"
"전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데 어떤 심경이신가요?"
"정춘기 회장과는 어떤 관계셨죠? 의형제 사이가 맞나요?"
"향후 어떤 계획이 있으신가요?"
쏟아지는 질문들을 들으며 슬며시 웃음을 짓던 사내는 아무런 대꾸없이 자리를 피하려 했다. 그 때 그의 발길을 잡는 질문이 귓가에 들려왔다.
"오 선생님, 지금 보고 싶은 분은 없으신가요?"
사내는 천천히 아주 천천히 뒤로 돌아 질문을 한 기자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연이…….연이가 참 보고 싶습니다."
사내의 울음 섞인 대답에 교도소 앞은 한참동안이나 카메라 셔터소리가 울려 퍼졌다. 희끄무레한 하늘 위로 때 아닌 낮달이 떠있었다.
- fi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