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슬거리는 비가 내린다
바위 틈과 풀숲에 숨어있던 녀석이
어느 틈에 나와 뜀박질을 한다
폴짝 폴짝
팔짝 팔짝
녀석은 한없이 촐싹이며 길게 자란 풀을 건드리고
풀잎은 끄트머리에 머금고 있던 빗방울을 튕겨낸다
볼따구를 얻어맞은 녀석은 한참 어리둥절하다
이내 기분이 나빠진 건지 혼잣말을 내뱉는다
"아. 개 구리네."
그 모습을 보고 한참이나 깔깔대다
지나가는 차가 웅덩이를 밟아 촤르륵 젖어버린 구경꾼은
개구리처럼 혼잣말을 내뱉는다
"아. 개 구리네."
흐린 날의 개구리는 개 구리지 않지만
한대 얻어맞은 개구리는 개 구리다
아마 저 구경꾼도 필시 그럴 듯 하다
아무래도 오늘은 개구리도
구경꾼도 기분이 개 구리는 날인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