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일상 시선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권씀 May 07. 2024

개구리

보슬거리는 비가 내린다


바위 틈과 풀숲에 숨어있던 녀석이 

어느 틈에 나와 뜀박질을 한다


폴짝 폴짝 

팔짝 팔짝


녀석은 한없이 촐싹이며 길게 자란 풀을 건드리고 

풀잎은 끄트머리에 머금고 있던 빗방울을 튕겨낸다


볼따구를 얻어맞은 녀석은 한참 어리둥절하다 

이내 기분이 나빠진 건지 혼잣말을 내뱉는다


"아. 개 구리네."


그 모습을 보고 한참이나 깔깔대다 

지나가는 차가 웅덩이를 밟아 촤르륵 젖어버린 구경꾼은 

개구리처럼 혼잣말을 내뱉는다


"아. 개 구리네."


흐린 날의 개구리는 개 구리지 않지만 

한대 얻어맞은 개구리는 개 구리다


아마 저 구경꾼도 필시 그럴 듯 하다


아무래도 오늘은 개구리도 

구경꾼도 기분이 개 구리는 날인가보다

매거진의 이전글 그 돌탑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