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나를 찾지 않는 그런 밤이면
비로소 내 감정을 바라보게 되죠
그걸 두고서 적막이라 부르기도 하고
외로움이라 부르기도 해요
사실 외로움이라는 녀석은 꽤 쓸 만해요
공허의 시간 뒤 찾아오는 소란을
반갑게 맞이할 수 있으니까요
적당량의 번잡함과 분주함 뒤 찾아오는 녀석은
나를 끌어안고 좀처럼 놓아주지 않죠
나는 1인분의 외로움을 가지고 살아요
누구나 침범할 수 있으면서도 아무나 범접할 수 없는
그런 1인분의 외로움 말예요
높게 솟은 절벽 위 웅크리고 있노라면
그 외로움 조차 한낱 스쳐가는 감정이라 여기기도 하죠
그래서 나는 불쑥 찾아오는 외로움을
언제든 반갑게 맞이합니다
외로움이 외롭지 않도록
고독이 더이상 고독일 수 없게
힘껏 끌어안고 한없이 토닥이죠
오늘도 외로움이 날 찾아왔어요
무척이나 고단했던 하루였노라며
너도 그렇지 않았냐고 말예요
당신은 몇인분의 외로움을 가지고 있나요
나는 오늘도 역시 1인분의 외로움을 가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