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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씀 Jul 01. 2024

오늘은 창을 열겠어요

별이 반짝거리다 이내 숨 고르는 밤이 되면, 가로지른 전깃줄 위로 새 한 마리 앉아 쉬어요. 한낮의 열기가 가득했던 방 안은 물기를 머금은 바람이 한 차례 훑고 지나가요. 주말 동안 미뤄 놓은 불안의 규칙은 늦게나마 나를 질책하죠. 싱크대 안의 그릇들을 씻어낸 뒤 방의 먼지를 털어내고, 질서 없이 구석으로 밀어 놓았던 이불을 펴놓고 머리맡의 베개를 정리해요. 고단함이라는 말이 어깨에 걸쳐 놓은 셔츠처럼 이리저리 흔들리다 내 등을 두드리면, 난 그제서야 겨우 몸을 침대에 뉘이고 잠이 들어요.


오늘은 당신이 온다는 어렴풋한 소식이 들려요. 혹여나 누군가 들어올까 싶어 굳게 걸어 놓았던 창을 살짝 열어볼까 봐요. 당신이 문을 두드리려다 곤히 잠든 나를 보고 애써 온 길을 되돌아가지 않게, 당신이 나를 찾아와 옆자리에 수월히 누울 수 있게 그렇게 말예요.


오늘은 창을 열겠어요. 오직 당신을 위한 창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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