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미한 밤이 한 움큼씩 무너진다
저기 하늘 속 깊은 곳에서
달은 구름의 어깨를 슬며시 넘어가고
그 몸을 감춘다
멀리서 들려오는 나직한 목소리
구름의 한숨 같은 울음
보름달은 점점 더 희다 못해
깨끗하게 흐려지고
마침내 누군가의 얼굴이 된다
나는 알 수 없다
이 풍경이 애초부터 내 것이었는지
아니면 바람이 흘려보낸 빛나는 폐허인지
달빛에 스민 한 줌의 온기조차
어둠은 재빨리 삼켜 버린다
저 하늘 아래 누군가 가만히 길을 잃어간다
자신도 모르게 스쳐 가는 구름처럼
밤은 말없이 흘러가지만
우리는 서로를 한 번도 보지 못한다
달빛이 잠든 자리마다
흰빛의 잔해가 부서지고
구름의 그림자는 땅에 내려앉아
내 그림자를 몰래 지운다
마지막으로 남겨진 침묵
달과 나 사이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