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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일상 시선

리어

by 권씀

왕관은 이제 불타는 황무지에 떨어져 있다

리어는 먼지 속에서 손을 뻗는다

그의 손톱 밑으로 과거의 왕국이 쏟아진다


누가 그의 이름을 부르던가

누가 그의 사랑을 무너뜨렸던가

딸들의 목소리는 바람 속에서 부서졌다

“아버지, 왕국은 내 것이 아닙니다.”

“아버지, 사랑은 값으로 매길 수 없어요.”

그들은 떠났고 대리석의 방은 공허했다


침묵은 왕관보다 무거웠다


비 내리는 황야에서 그는 소리쳤다

그의 몸은 한때 왕좌였던 돌 위에서 떨렸다


하늘은 그에게 등을 돌렸고 땅은 그의 발밑을 피했다

바람만이 그의 어리석음을 속삭였다


“왕이여, 사랑은 명령으로 얻을 수 없다.”


리어는 울부짖고 그의 눈물은 늦어진 후회의 강이 되었다

한때 두려워했던 침묵이 이제는 그의 유일한 왕국


그리고 그는 거기 서 있다

왕관은 녹슬고 시간은 그의 이름을 지운다


사랑을 찾다 사랑을 잃은 자

무덤조차 거부한 그의 마지막 고독


우리는 그를 리어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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