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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일상 시선

눈발이 흩날리는 계절이면

by 권씀

눈발이 흩날리는 계절이면

가로수의 빈 머리맡에는 하얀 머리카락이 자리잡는다


가로등 불빛을 등에 지고 걷는 이의 그림자 위로

일주일치의 고단이 자리잡아 동행을 하고

따뜻한 곳을 찾아 헤매는 녀석들은

갈 곳을 정하지 못하고 눈송이 아래 고개를 떨군다


채워가는 것보다 비워가는 것에 더 익숙한 계절이면

밤새 내리는 눈마저도 버거워 마른 침만 삼키고

지난 날의 감정들은 혓바늘처럼 돋아나

끝내 울컥거리는 걸음을 걷게 만들어버린다


툭툭 털어내면 그만일 줄 알았던 감정은

눈발이 되어 흔들리는 몸짓으로 이 계절을 수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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