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째 손을 대지 않은 코 밑과 턱에
검은 수풀들이 자라 무성하다
⠀⠀⠀⠀⠀⠀⠀⠀⠀⠀⠀⠀
잡초제거를 해야하건만
그래야 겨우 사람 꼬라지가 되건만
보는 이, 만날 이 하나 없기에
그저 무심한 듯 내버려 둔다
⠀⠀⠀⠀⠀⠀⠀⠀⠀⠀⠀⠀
홀로 방 안에 있은지도 며칠째
사람들을 만나 대화하는 것을 잊었고
웃음기 또한 사라졌다
⠀⠀⠀⠀⠀⠀⠀⠀⠀⠀⠀⠀
야생에서 혹은 외딴 곳에 홀로 지내다
혹여나 인기척이라도 나면
그저 겁이 나서 도망가는 한마리의 짐승이 된 것마냥
⠀⠀⠀⠀⠀⠀⠀⠀⠀⠀⠀⠀
이렇게 저렇게 살 궁리로 골머리를 앓고
또 풀리지 않는 숙제를 가지고 며칠째 밤을 지샌다
⠀⠀⠀⠀⠀⠀⠀⠀⠀⠀⠀⠀
여름이면 어슴프레한 새벽에 울어대는 풀벌레 소리를 벗삼아
빨갛게 뜬 눈을 감을 수 있으련만
차디찬 얼음장같은 송곳이 가득한 겨울이라
그저 눈을 뜨고 있을 뿐이다
⠀⠀⠀⠀⠀⠀⠀⠀⠀⠀⠀⠀
거짓웃음으로 스스로에게 위안을 주면 좀 나아지려나 하면서
또 하릴없이 고개를 푹 숙이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