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나무들은
뿌리를 내리지 않는다
그들은 바람을 타고 날아와
누군가의 손에 안착한다
뿌리를 내리지 않아도
그들의 자리엔 기둥이 서고
그늘이 드리운다
누군가는 땅을 파고
흙 속에서 몸부림치지만
그들에게 뿌리는 필요 없다
그들은 공중에서 자라기에
바람이 불어도 흔들리지 않는다
비가 내려도 무너지지 않는다
흙이 아니라
손이 그들을 받쳐주기에
그러나
언젠가 바람이 멈추면
그들은 어디로 가야 할까
흙 속에서 자란 나무들은
묵묵히 뿌리를 내리지만
그들은 흙을 모른다
그들은 바람을 찾는다
낙하하지 않았으나
낙하의 이름을 달고 있다
뿌리를 내리지 않고
그저 바람에 의존하는 그들을
낙하산이라 명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