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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일상 시선

뿌리를 내리지 않는 나무

by 권씀

어떤 나무들은

뿌리를 내리지 않는다


그들은 바람을 타고 날아와

누군가의 손에 안착한다


뿌리를 내리지 않아도

그들의 자리엔 기둥이 서고

그늘이 드리운다


누군가는 땅을 파고

흙 속에서 몸부림치지만

그들에게 뿌리는 필요 없다

그들은 공중에서 자라기에


바람이 불어도 흔들리지 않는다

비가 내려도 무너지지 않는다

흙이 아니라

손이 그들을 받쳐주기에


그러나

언젠가 바람이 멈추면

그들은 어디로 가야 할까


흙 속에서 자란 나무들은

묵묵히 뿌리를 내리지만

그들은 흙을 모른다

그들은 바람을 찾는다


낙하하지 않았으나

낙하의 이름을 달고 있다


뿌리를 내리지 않고

그저 바람에 의존하는 그들을

낙하산이라 명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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