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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일상 시선

추락하는 새는 날개가 없다

by 권씀

하나


높은 구름 위에서
금빛 깃털이 흩날린다
날개는 없지만 그는 떨어진다



너는 어디에서 왔느냐고
바람은 묻는다
그는 대답하지 않는다
그저 내려앉는다
잔디 위에도 기와 위에도
붉은 카펫 위에도



뿌리는 없다
그러나 그 자리에 서 있다
그의 그림자가 땅을 밟는다
그러나 그의 발은 공중에 있다



낙하 낙하 낙하
비가 되어 내리지만
젖지 않는 물방울처럼
그는 바닥을 딛지 않는다


다섯


아래에서 쳐다보는 사람들

눈동자에 그림자가 진다
말없이 그를 올려다본다
하늘에서 내려온 것들은
언제나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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