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상 시선

고양이

by 권씀

거리 위를 활보하는 우리들에게 인간들이란 도통 알 수 없는 부류다. 여느 녀석이라도 마찬가지겠지만 거리의 생리에 주기가 맞춰진 우리들에게 이리저리 튀는 인간의 존재란 영 달갑지는 않은 것이다. 두꺼운 옷을 몸에 휘감아 다니기도 하고 기다란 하얀 막대를 연거푸 입에 물면서 다니기도 하는 인간은 우리에게 가끔씩 먹을 것을 가져다 바치는 존재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간혹 그 하얀 막대에서 불똥이 튕겨 나오면 녀석들은 제 몸에 튈까 싶어 줄행랑을 치곤 한다. 비 오는 날 물벼락을 맞는 것이 차라리 낫다. 젖은 몸이야 말리면 그만이지만 불에 덴 건 당장에 아프기도 하거니와 그 기억이 오래 남기 때문이다. 그리고 기껏 잘 다듬은 털이 망가지니까. 그런 인간들은 기억을 해뒀다가 튀어나가서 깜짝 놀라게 하여주기도 하는데 딱히 효과가 있는 것 같진 않다.


인간들은 두 다리가 있음에도 시커먼 것에 몸을 집어넣고 거리를 다니곤 한다. 도대체가 편하려고 사는 건지 아니면 다 귀찮은 건지 모를 일이다. 비 오는 날에는 제법 부럽기도 하지만 해가 쨍쨍한 날에도 인간들은 그것 안에서 손을 휘휘 저어 거리를 다니니 영 마땅찮다. 그래도 꽤 쓸모가 있을 때가 있는데 그것 밑에서 웅크리고 있노라면 잘 오지 않던 잠도 오고 가끔은 따뜻하기도 하니 어쩌면 인간보다 더 나을지도 모르지.


아. 괜찮은 인간도 있었지. 언제였더라. 낙엽이 엄청 쏟아지던 밤이었는데 심심해서 목이나 가다듬을 겸 소리를 내고 있다 보니 어느샌가 코 앞에 와있었지. 내 이름이 정해진 건 없는데 그 인간은 아무렇게나 나비라고 이름을 부르면서 기름 잔뜩 먹은 생선을 바쳤어. 이름 부르는 건 맘에 들지 않았지만 그날 밤에 그 인간이 준 기름 먹은 생선 맛은 참 괜찮았지. 또 보면 좋을 건데.


가장 행복할 때를 묻는다면 가게에서 박스가 나올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할 거야. 그 속에 웅크리고 있으면 얼마나 아늑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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