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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일상 시선

처마 끝자락에 우두커니 서서

by 권씀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바람은 처마 끝에 매달린다


푸른 하늘과 맞닿은 곳

기둥을 감싸 안은 바람의 숨결이

시간을 붙잡고 있다


색 바랜 기와 위로

햇살은 살며시 내려앉고

단청의 꽃잎마다 새겨진

오래된 이야기들이

조용히 잠을 깬다


깊게 뿌리내린 저 나무들처럼

삶은 흔들리지 않고

제자리를 지키며 서 있다

바람이 스쳐 지나가도

하늘은 푸르고 처마는 깊다


오랜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저 고요함 속에

우두커니 매달린 누군가의 염원


어쩌면 내 마음도

살며시 기대어 쉬어가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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