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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일상 시선

숨겨진 이름

by 권씀

나는 때때로

스스로에게 이름을 부르듯 묻는다

이 침묵의 시간을 건너

지금의 나는 누구인가


욕구는

한 번도 나를 흔들지 않았다

그저 한 잎 나뭇잎처럼

낮은 호흡으로 나를 오래 바라보았다


어떤 날은

말보다 먼저 마음이 기울고

가만히 내면에

균열 하나가 생긴다


그건 아마

아주 오래전부터 시작된 예고였으리라

보이지 않는 손이

이미 나를 지나간 것이다


나는 안다

내 안에는 늘 나를 넘보는 내가 있다

나아가고자 하다가 멈추는 순간들

머무르려다 스스로를 밀쳐내는 의지


그리하여 오늘도

나는 나를 걷는다


쉼 없이

다만 조용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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