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이 땅을 누르는 한낮
너는 조용히 몸을 세운다
매미 소리만 요란한 숲
바람도 그늘도 모두 머리 위에 있는데
너는 아직도 흙에 발을 묻고 있다
엊그제 비가 내렸지
젖은 살결 위로
어미 대나무의 그림자가 한 번 지나갔을 뿐
아무 말도 인사도 없었다
그럼에도 단단히 여문 등껍질 안에
너는 여름을 삼키며 자라고 있었다
누가 너를 보았을까
누가 너의 더위를 알까
그늘도 되지 못하는 키로
오늘도 하늘을 올려다본다
나는 다만
이 계절의 뜨거운 밑둥에서
너의 무심한 용기를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