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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일상 시선

여름의 죽순

by 권씀

햇살이 땅을 누르는 한낮

너는 조용히 몸을 세운다


매미 소리만 요란한 숲

바람도 그늘도 모두 머리 위에 있는데

너는 아직도 흙에 발을 묻고 있다


엊그제 비가 내렸지

젖은 살결 위로

어미 대나무의 그림자가 한 번 지나갔을 뿐

아무 말도 인사도 없었다


그럼에도 단단히 여문 등껍질 안에

너는 여름을 삼키며 자라고 있었다


누가 너를 보았을까

누가 너의 더위를 알까


그늘도 되지 못하는 키로

오늘도 하늘을 올려다본다


나는 다만

이 계절의 뜨거운 밑둥에서

너의 무심한 용기를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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