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히 생각해볼 때 전반적인 생활 양식 속에서 관습, 행동, 사고 방식에 이르기까지 하나의 자아는 다른 자아에 대해 얼마 만큼의 영향을 미칠까.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A가 다져온 삶의 지향점과 그에 따르는 습관, 관계, 대처 등이 있을 테고, B가 다져온 다른 삶의 지향점이 부딪혔을 때 어떤 과정과 결과를 낳을까.
때로는 그 만남이 상호작용을 넘어 상호변형을 일으킨다. 서로 다른 두 자아가 맞닿을 때, 단순한 충돌이 아니라 각자의 틀을 미세하게 비틀고 균열을 내며, 전에는 상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확장되기도 한다.
물론 그 과정은 늘 조화롭거나 순탄치만은 않다. 어떤 가치는 갈등으로, 어떤 습관은 거부감으로, 어떤 말투 하나도 침묵이나 오해로 이어진다. 그러나 바로 그 불일치 속에서 자신을 돌아보고, 다시 세우는 일이 일어난다.
자아는 언제나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조금씩 빚어진다. A가 B를 통해 자신이 몰랐던 그림자를 발견하듯, B 역시 A를 통해 놓치고 있던 균형을 감지하게 된다. 나를 이루던 것이 깨지고, 다시 조립되는 과정에서 우리는 묻는다. 이건 나인가? 아니면 타인의 그림자인가?
결국 중요한 것은 얼마나 흔들리지 않았느냐가 아니라, 그 흔들림 속에서 무엇을 놓고, 무엇을 끝내 껴안으며 자신을 다시 세워나가는가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