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상 시선

문지방에 머무는 사람

문지방 2

by 권씀

방 안은 늘
익숙하고
오래된 냄새가 난다


차마 버리지 못한 말들
아직도 구석에 웅크린 채
나를 바라본다


참 이상한 일이다


안으로 다시 들어갈 용기는

나갈 때보다 더 필요하다


문을 넘었다
딱 한 발짝


달라진 건 없는데
다 낯설다


사람들도
거리도

바람조차
내게 말을 걸지 않는다


돌아가야 할까

아니

더 나아가야 할까


문지방은
결코 뒤돌아보지 않는다


발끝이 닿는다
차가운 나무결에
마음이 먼저 움찔한다


더는 안으로도
밖으로도
갈 수 없는 날들이 있다


그럴 땐
문지방만 밟고 서 있는다

마치 그게
목적지인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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