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바람에도 쉽게 흔들렸다
가끔 그건 바닷가의 모래성이었고
스쳐 지나가는 타인의 시선이었으며
내 안의 조용한 불안이기도 했다
해풍에 흩어진 모래알처럼
마음도 자주 흩어졌지만
그 자리에 또 다른 결이 쌓였다
날카롭던 감정도
시간 속에 조금씩 다듬어져
고요한 강물 아래 모래톱이 되었다
상처는 쉬이 아물지 않았고
기억은 때때로 가슴을 건드렸지만
그 또한 나를 견고하게 빚는 일이었다
그래도 나는
내가 가야 할 쪽으로
두 발을 모아 걸어가 보기로 했다
지나온 바람이 내 등을 떠밀 듯
천천히 그러나 분명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