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상 시선

아물지 않아도 걷는다

by 권씀

나는 바람에도 쉽게 흔들렸다


가끔 그건 바닷가의 모래성이었고

스쳐 지나가는 타인의 시선이었으며

내 안의 조용한 불안이기도 했다


해풍에 흩어진 모래알처럼

마음도 자주 흩어졌지만

그 자리에 또 다른 결이 쌓였다


날카롭던 감정도

시간 속에 조금씩 다듬어져

고요한 강물 아래 모래톱이 되었다


상처는 쉬이 아물지 않았고

기억은 때때로 가슴을 건드렸지만

그 또한 나를 견고하게 빚는 일이었다


그래도 나는

내가 가야 할 쪽으로

두 발을 모아 걸어가 보기로 했다


지나온 바람이 내 등을 떠밀 듯

천천히 그러나 분명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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