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상 시선

소금꽃 피는 날

by 권씀

한여름 햇살에

땀방울이 먼저 꽃을 피웠다

이마 위 송골송골 핀 봉오리들이

염전 바닥에 고개를 들었다


소금꾼 아버지는

소금보다 짠 구슬땀을 밀었다

가랫대는 그의 등뼈처럼 휘었고

바람은 매일 바다에서 와서

그의 등짝을 두드렸다


소금이 눈에 들어가도

한 번도 찡그리지 않았다

자식 입에 쌀밥 한 숟갈 더 얹고 싶어

고개를 숙이고 또 숙였다


그의 손바닥엔 바다가 있었다

하루 이틀 사흘 나흘

밀물처럼 정을 쏟고

썰물처럼 꾸짖음을 거두며

열두 달을 다 녹였다


그렇게 모은 소금 한 자락마다

잘 되라 아프지 마라

한마디 말 대신

자식들 몰래 접어 넣은

아버지의 기도가 들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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