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상 시선

무게의 반대편

by 권씀

꿈은 늘 저만치 있었다

손 닿지 않는 어딘가에서

나를 오래 지켜보는 쪽이었다


나는 말없이 오래도록 걸었다

말없이 걷다 문득 울음이 북받치면

가장 어두운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솜뭉치 같던 꿈은

언젠가부터 축축하게 불어나 있었고

결국 나보다 먼저 무거워졌다


희망이라는 말을 믿었다

그 말이 줄이든 끈이든

어딘가에 매달릴 수 있을 거라 믿었다


새벽이면 젖어 있는 것은

늘 꿈이었고 내 신발이었고

말로 미처 헤집어지지 않은 마음이었다


나는 그 젖은 것들을 볕 아래 펼쳐 놓고

다 마르지 않아도 괜찮다고

어느 날은 그렇게 스스로에게 허락했다


남겨진 젖음은 어쩌면 나를 위한 여백이었다

말라가는 틈에서 나는 조용히 나를 꿰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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