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상 시선

다만 나는 걷는다

by 권씀

내가 걷는 이유를 묻는 이도 대답해줄 이도 없다

때로는 내가 어디로 가는지 잊는다


떠나온 자리에는 풀빛이 바래고

머물렀던 날들은 먼지처럼 흩어졌다


멈추면 사라질 것 같은 기척이

저 먼 데서 나를 부르는 듯하다


바람이 부는 쪽으로 몸을 돌린다

모래 냄새와 먼지가 입안에 스민다

아무도 없는 길 발자국조차 남지 않는다


하늘은 낮게 깔려 있고

발 아래 그림자는 자꾸만 내 앞을 가린다


나는 그것을 밟으며

아직 오지 않은 어딘가로 간다


돌아갈 길은 없고

이 길 끝에 무엇이 있을지도 모른다


돌아갈 길은 없고

이 길 끝에 무엇이 있을지도 모른다


바람이 방향을 바꿀 때까지

나는 걸음을 멈추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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