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걷는 이유를 묻는 이도 대답해줄 이도 없다
때로는 내가 어디로 가는지 잊는다
떠나온 자리에는 풀빛이 바래고
머물렀던 날들은 먼지처럼 흩어졌다
멈추면 사라질 것 같은 기척이
저 먼 데서 나를 부르는 듯하다
바람이 부는 쪽으로 몸을 돌린다
모래 냄새와 먼지가 입안에 스민다
아무도 없는 길 발자국조차 남지 않는다
하늘은 낮게 깔려 있고
발 아래 그림자는 자꾸만 내 앞을 가린다
나는 그것을 밟으며
아직 오지 않은 어딘가로 간다
돌아갈 길은 없고
이 길 끝에 무엇이 있을지도 모른다
돌아갈 길은 없고
이 길 끝에 무엇이 있을지도 모른다
바람이 방향을 바꿀 때까지
나는 걸음을 멈추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