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 뿔은 번개처럼 날카롭고
다른 한쪽은 숲의 뿌리처럼 뻗어 있었다
그 끝의 잎사귀들은
이름도 없이 바람에 흔들렸다
그 사이를 스친 바람은
먼 강물의 숨을 품고 와
내 안의 오래된 돌을 훑었다
사슴의 눈 속에는
아직 태어나지 않은 숲이 있었다
햇살도 비도 서리도 닿지 못하는
깊고 고요한 숲이었다
그 앞에 서 있는 사슴
발을 들이기 전의 생
수백 번 마음속에서만 걸어온 길 위의 생
굳은 상처 위로 가지가 돋고
끝마다 새 잎이 피었다
그 잎들은 언젠가 속삭일 것이다
살아 있었다고
여기 있었다고
너를 기억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