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상 시선

저녁 창가에서

by 권씀

오늘은 오래 묵힌 질문이

살짝 비껴갔다

어디선가 물이 흘러나와

마른 돌을 적시듯


창은 반쯤 열려 있고

저녁의 푸른 살결이

서서히 식어간다

전깃줄 위 새 한 마리

날개를 접은 채 어둠을 기다린다


나는 한동안 그쪽을 바라보다가

내 안의 불씨를 더듬었다

꺼진 줄 알았는데

아직 미약한 숨이 있었다


그러나 이 숨이

끝내 타오를지

또다시 식어갈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문득 멀리서 바람이 불어와

내 얼굴을 스치고

창밖의 별 하나가

조용히 자리를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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