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오래 묵힌 질문이
살짝 비껴갔다
어디선가 물이 흘러나와
마른 돌을 적시듯
창은 반쯤 열려 있고
저녁의 푸른 살결이
서서히 식어간다
전깃줄 위 새 한 마리
날개를 접은 채 어둠을 기다린다
나는 한동안 그쪽을 바라보다가
내 안의 불씨를 더듬었다
꺼진 줄 알았는데
아직 미약한 숨이 있었다
그러나 이 숨이
끝내 타오를지
또다시 식어갈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문득 멀리서 바람이 불어와
내 얼굴을 스치고
창밖의 별 하나가
조용히 자리를 옮긴다
글장이가 아닌 글쟁이의 삶을 연모하며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