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상 시선

담장 너머의 기다림

by 권씀

기와 위로 붉은 숨결이 피어난다

돌의 무게를 밀어내고

바람의 길 위에 몸을 맡긴 채


담장 너머

누군가의 기다림처럼

꽃은 고개를 내밀어 인사를 건넨다


흙빛과 검은 기와 사이

시간은 오래 묻혀 있었으나

한 송이 불꽃 같은 여름이

그 틈을 열어젖힌다


잠시 멈춰 선 눈길 속에

사라져가는 계절을 붙잡듯

꽃잎은 천천히

담장 위에 자신의 이름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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