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빛이 아파트 창마다 매달리는 시간
하루의 끝은 아직 덜 정리된 채 남아 있다
포장마차 앞 진한 국물 냄새가 바람을 타고
택배 상자는 모퉁이에 쌓여 있다
어느 집에서는 세탁기가
퉁퉁 물기를 짜내며 울부짖는다
현관문을 열면 고요가 먼저 반기고
거실 시계는 또박또박 밤을 밀어낸다
TV 속 사람들은 여전히 활기차지만
내 몸은 무겁게 늘어져 있다
약봉지를 뜯는 작은 소리
물잔에 번지는 희미한 파동
곧 잠이 올 거라 말했지만
눈꺼풀은 고집스럽게 버틴다
기대라는 건 늘 나를 앞질러가고
실망은 그 자리를 차지한다
방 안 불빛은 점점 눅진해지고
밤은 이제 막 무르익어
창밖 가로등 불빛만 길게 늘어지고
나는 그 불빛 아래서 좀처럼 눕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