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상 시선

비가 그치면

by 권씀

비가 그친 줄 알았다
창가의 물방울이
마지막 한 번 흔들릴 때까지
나는 여전히 네 이름을 듣고 있었다

네가 떠난 날부터 내 안엔
작은 우산 하나가 자랐다
잎사귀처럼 말린 약속들을
그 아래 매달아두고
서툰 기도를 배웠다

사람들은 비를 피하려 뛰었지만
젖은 돌길에 비친 하늘을 밟으며
나는 일부러 걸었다
그 짧은 착각에 숨을 고르며
너에게 닿을 수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지금은 비가 그쳤다
하지만 내 마음 한켠엔
여전히 천둥의 그림자가 머물고
그 속에서 너의 이름이 자라난다

어느새 물기 맺힌 풀잎 사이로
흙냄새가 다시 숨을 쉰다

희미한 햇살이 고개를 내밀 때
나는 비로소 알 수 있었다

진득히 내리던 비가 그치면
너는 바람으로 돌아온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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